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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교육청 민원인 회유해 취소시켜물의

기사입력 2013.06.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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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교육지원청이 청소년 흡연문제를 제기한 민원인을 회유해 민원을 취하시켰다는 의혹과 함께, 청소년 금연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흡연하고 있다.

     최근 갈수록 늘어나는 청소년 흡연과 점점 낮아지는 흡연령으로 인해 교육당국이 학생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는 등 청소년 금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용인시 고림동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년째 인근 중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시로 주택가를 찾아 피우는 담배연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들은 학생들이 등교시간과 점심시간, 하교시간 등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와 피우고, 심지어 소주 등 술까지 사다 마신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 고림동 한 주민이 학생들이 마시고 그대로 버린 술병들을 모아둔 큰 비닐봉투를 보이고 있다. 한 주민은 “어린 아이를 키우는데 주방 창으로 담배연기가 들어와 여름에도 창문을 닫고 산다”며 “주택가라 화재의 위험도 있고 학생들이 그대로 바닥에 담배꽁초와 더불어 소주와 막걸리 등 술을 마시고 그대로 가버려 모아 놓은 술병만 한 가득”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주민은 “오후 4시에서 6시 사이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이 빌라 주변에서 흡연은 물론, 한 학생을 폭행하는 걸 봤다”면서 “어린아이들이 뭘 보고 배울지 부모입장에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참다못한 한 주민이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고, 관할지역인 용인교육지원청이 이를 접수했다. 현재 이 민원은 취하됐고 자체 종결된 상태다. 민원 취하란 민원이 해결됐다는 뜻이지만, 취재 결과 민원이 해결된 게 아니라 민원인을 회유해 취하하도록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원인인 A씨는 “민원 제기 후 용인교육청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대책을 마련했으니 취하해줄 것’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취하했다”면서 “이는 자신들의 행정편의를 위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용인교육청의 말대로 민원이 해결됐는지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는 11일, 하교시간에 맞춰 해당 중?고등학교가 있는 주택가를 찾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어렵지 않게 예닐곱 명의 남녀 학생들이 모여 흡연하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중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 5명이 모여앉아, 자연스럽게 한 여학생이 친구들에게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줬고, 뒤늦게 도착한 한 남학생 역시 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 교복을 입고 흡연하는 학생들을 취재진이 한 가정집 주방에서 촬영한 모습. 다시 말해, 민원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교육청이 취하를 요구했다는 얘기다. 이는 민원에 대한 해결방안이 우선시 되지 않고, A씨의 말대로 ‘행정편의주의식’ 발상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용인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 담당자는 “민원에게 취하해 줄 것을 요구했고 민원인이 이를 받아들여 자체 종결했다”면서 “취하를 요구하면서 흡연 단속을 정기적으로 하겠다는 충분한 설명도 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용인교육청은 이번 민원에 대해 충분히 할 일을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사례가 취하를 요구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총무과 관계자는 “청소년 흡연과 관련됐고, 더욱이 이로 인해 주민피해가 발생돼 재발방지를 요청하는 내용이라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취하를 요구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해당 중학교 교사가 이번 문제를 제기한 민원인을 찾아가 항의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민원인은 “느닷없이 중학교 교사가 찾아와 ‘흡연하는 학생은 우리학교 중학생이 아닌, 인근 고등학교 학생’이라며 마치 거짓 민원을 올린 것처럼 몰아세웠다”면서 “황당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해당 중학교 교사는 “민원인을 찾아가 앞으로 단속과 지도 계획에 대한 설명만 했다”고 말했다. 또, 이와 관련해 해당 중학교는 주택밀집지역 특성상 적발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y학교 교장은 “우리뿐 아니라 인근 고등학생들이 담배를 더 많이 피우지 않겠느냐”며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인근 주택가를 돌고 있지만,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마을 반장을 만나 주민들이 학생들의 흡연 현장을 촬영해 학교로 신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청소년 흡연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단속위주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청소년 상담기관 <가온누리> 김양옥 사회복지사는 “적발위주의 지도는 결국 청소년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일”이라면서 “형식적인 지도보다 흡연 청소년들 스스로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지도교사들의 접근방식부터 고쳐야한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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